경제와 상식140 김동인 < 대동강> 대동강(김동인) 그대는 길신의 지팡이를 끌고 여행에 피곤한 다리를 평양에 쉬어 본 적이 있는지? 그대가 만약 길신의 발을 평양에 들여 놓을 기회가 있으면 그대는 피곤한 몸을 잠시 객줏집에서 쉰뒤에 지팡이를 끌고 강변의 큰길로써 모란봉에 올라가 보라. 한 걸음 두 걸음 그대의 발 이 구시가의 중앙까지 이르면 그 때에 문득 그대의 오른손 쪽에는 고색(古色)이 창연한 대 동문(大同門)이 나타나리라. 그리고 그 문통 안에서는 서로 알고 모르는 허다한 사람들이 가슴을 젖혀 헤치고 부채로써 가슴의 땀을 날리며, 세상의 온갖 군잡스럽고 시끄러운 문제 를 잊은 듯이 한가로이 앉아서 태곳적 이야기에 세월가는 줄 모르는 것을 발견하리라. 그 곳을 지나 그냥 지팡이를 끌고 몇 걸음만 더 가면 그대의 앞에는 문득 연광정(鍊光.. 2014. 1. 9. 김동인 < 태 형 > 태형 김동인 "기쇼오(起床)!" 잠은 깊이 들었지만 조급하게 설렁거리는 마음에 이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나는 한 순 간 화다닥 놀래어 깨었다가 또다시 잠이 들었다. "여보,기쇼야,일어나오." 곁의 사람이 나를 흔든다. 나는 돌아누웠다. 이리하여 한 초 두 초, 꿀보다도 단 잠을 즐길 적에 그 사람은 나를 또 흔들었다. "잠 깨구 일어나소." "누굴 찾소?" 이렇게 나는 물었다. 머리는 또다시 나락의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러디 말고 일어나요. 지금 오방 댕껭(點檢)합넨다." "여보, 십 분 동안만 더 자게 해주." "그거야 내가 알갔소? 간수한테 들키면 혼나갔게 말이지." "에이! 누가 남을 잠도 못 자게 해. 난 잠들은 지 두 시간도 못 됐구레. 제발 조금만 더..." 이 말이 맺기 전에 나.. 2014. 1. 9. 김동인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 노총각 M이 혼약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 소식을 들을 때에 뜻하지 않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M은 서른두 살이었습니다. 세태가 갑자기 변하면서 혹은 경제문제 때문에, 혹은 적당한 배 우자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혹은 단지 조혼(早婚)이라 하는 데 대한 반항심 때문에, 늦 도록 총각으로 지내는 사람이 많아 가기는 하지만, 서른두 살의 총각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좀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아직껏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에게 채근 비슷이, 결혼에 대한 주의를 하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M은 언제나 그런 의론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는 매우 흥미를 가진 것이 분명한데) 겉으로는 고소로써 친구들의 말 을 거절하고 하였습니다. 그러던 M이 우리의 모르는 틈에 어느덧 혼약.. 2014. 1. 8. 김동인 < 반역자 > 반역자 김동인 천하에 명색 없는 ‘평안도 선비’의 집에 태어났다. 아무리 날고 기는 재간이 있을지라도 일 생을 진토에 묻히어서 허송치 않을 수 없는 것이 ‘평안도 사람’에게 부과된 이 나라의 태도 였다. 그런데, 오이배(吳而陪)는 쓸데없는 ‘날고 기는 재주’를 하늘에서 타고나서, 근린 일대에는 ‘신동(神童)’이라는 소문이 자자하였다. 쓸데없는 재주, 먹을 데 없는 재주, 기껏해야 시골 향수 혹은 진사쯤밖에 출세하지 못하는 재주, 그 재주 너무 부리다가는 도리어 몸에 화가 및는 재주, 그러나 하늘이 주신 재주이니 떼어 버릴 수도 없고 남에게 물려줄 수도 없는 재주였다. 대대(代代)로 선비 노릇을 하였다. 그랬으니만치 시골서는 도저한 가문이었다. 그러나 산 업(産業)과 치부(致富) 방면에 유의(留意)하지 않.. 2014. 1. 8.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