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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 심은 버들 - 심은 버들 뜰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꺾어 말 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서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는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恨)을 잡아 맵니다 2013. 12. 30.
한용운 - 참말인가요- 참말인가요 그것이 참말인가요. 님이여, 속임없이 말씀하여 주셔요. 당신을 나에게서 빼앗아간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대는 님이 없다'고 하였다지요. 그래서 당신은 남모르는 곳에서 울다가, 남이 보면 울음이 웃음으로 변한다지요. 사람의 우는 것은 견딜 수가 없는 것인데, 울기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웃음으로 변하는 것은 죽음의 맛보다 더 쓴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변명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의 생명의 꽃가지를 있는 대로 꺽어서 화환을 만들어 당신의 목에 걸고,'이것이 님의 님이라'고 소리쳐 말하겠습니다. 그것이 참말인가요. 님이여, 속임없이 말씀하여 주셔요. 당신을 나에게서 빼앗아간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그대의 님은 우리가 구하여 준다'고 하였다지요. 그러면 당신은 '독신 생활을 하겠다.. 2013. 12. 30.
한용운 - 님의 얼굴 - 님의 얼굴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적당한 말이 아닙니다. 어여쁘다는 말은 인간 사람의 얼굴에 대한 말이요, 님은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쁜 까닭입니다. 자연은 어찌하여 그렇게 어여쁜 님을 인간으로 보냈는지 아무리 생각하여도 알 수가 없읍니다. 알겠습니다. 자연의 가운데에는 님의 짝이 될 만한 무엇이 없는 까닭입니다. 님의 입술같은 연꽃이 어디 있어요. 님의 살빛 같은 백옥이 어디 있어요. 봄 호수에서 님의 눈결 같은 잔물결을 보았습니까. 아침볕에서 님의 미소 같은 방향을 들었습니까. 천국의 음악은 님의 노래의 반향입니다. 아름다운 별들은 님의 눈빛의 화현입니다. 아아, 나의 님은 그림자여요. 님은 님의 그림자밖에는 비길 만한 것이 없습니다. 님의 얼굴을 어여쁘다고 하는 말은.. 2013. 12. 29.
한용운 - 그를 보내며 - 그를 보내며 그는 간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요.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간다. 그의 붉은 입술, 흰니, 가는 눈썹이 어여쁜 줄만 알았더니, 구름같은 뒷머리, 실버들같은 허리, 구슬같은 발꿈치가 보다 아름답습니다. 걸음이 걸음보다 멀어지더니 보이려다 말고 말려다 보인다. 사람이 멀어질수록 마음은 가까와지고, 마음이 가까와질수록 사람은 멀어진다. 보이는 듯한 것이 그의 흔드는 수건인가 하였더니, 갈매기보다도 작은 조각 구름이 난다. 2013. 12. 29.
한용운 - 금강산 - 금강산 만 이천 봉(萬二千峰)! 무양(無恙)하냐 금강산아 너는 너의 님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아느냐 너의 님은 너 때문에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온갖 종교, 철학, 명예, 재산 그 외에도 있으면 있는 대로 태워 버리는 줄을 너는 모르리라 너는 꽃에 붉은 것이 너냐 너는 잎에 푸른 것이 너냐 너는 단풍에 취한 것이 너냐 너는 백설에 깨인 것이 너냐 너는 너의 침묵을 잘 안다 너는 철모르는 아이들에게 종작 없는 찬미를 받으면서 시쁜 웃음을 참고 고요히 있는 줄을 나는 잘 안다 그러나 너는 천당이나 지옥이나 하나만 가지고 있으려무나 꿈없는 잠처럼 깨끗하고 단순하단 말이다 나도 짧은 갈궁이로 강 건너의 꽃을 꺾는다고 큰말 하는 미친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침착하고 단 순하려고 한다 나는 너의 입김에 불려 오는.. 2013. 12. 29.
한용운 - 첫키스 - 첫키스 마셔요 제발 마셔요 보면서 못 보는 체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입술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뜨거운 사랑에 웃으면서 차디찬 잔 부끄럼에 울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세계의 꽃을 혼자 따면서 항분(亢奮)에 넘쳐서 떨지 마셔요 마셔요 제발 마셔요 미소는 나의 운명의 가슴에서 춤을 춥니다 새삼스럽게 스스러워 마셔요 2013. 12. 28.
한용운 - 禪師의 說法 - 禪師의 說法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 우리라」고 선사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아프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 는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大解脫)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 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렸습니다 2013. 12. 28.
한용운 - 정천한해(情天恨海) - 정천한해(情天恨海) 가을하늘이 높다가도 정(情) 하늘을 따를소냐 봄 바다가 깊다기로 한(恨) 바다만 못하리라 높고 높은 정하늘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손이 낮아서 오르지 못하고 깊고 깊은 한바다가 병 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쩔러서 건너지 못한다 손이 자라서 오를 수만 있으면 정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널 수만 있으면 한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 만일 정하늘이 무너지고 한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정천(情天)에 떨어지고 한해(恨海)에 빠지리라 아아 정하늘이 높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 한바다가 깊은 줄만 알았더니 님의 무릎보다는 얕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야 쩌르던지 정하늘에 오르고 한바다를 건너려면 님에게만 안기리라 2013. 12. 28.
이육사 - 초가 - 2013. 12. 27.